의학소사

제왕절개술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는 분만의 고통을 벌로 받았다.

   이브의 꾐에 빠져 선악과를 먹은 아담 역시 평생 일을 해야 먹고 사는 벌을 받았다. 출산과 노동의 고통을 인간의 원죄로 설명하는 구약성서 창세기의 내용이다.

   여성에게 가장 큰 공포는 뭐니뭐니 해도 출산의 고통이다. 이 때문에 고통 없는 분만, 즉 무통(無痛)분만은 태고적부터 여성들의 숙원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무통분만법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제왕절개다.

   제왕절개는 독일어 '카이저슈니트(Kaiserschnitt)'를 일본어로 직역한 '데이오셋카이'(帝王切開)를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로마의 율리우스 케사르(시저)가 이 수술로 태어나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이를 처음 사용한 로마의 작가 플리니우스는 '절개한다'는 뜻의 'caesum'이란 말에서 '섹티오 카이사레아(sectio caesarea)'란 말을 만들었다. 이 말의 발음이 케사르와 비슷해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18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종교적 미신에 의한 제왕절개가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9년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초대 원장이던 존슨 박사가 처음 시술했다.

   제왕절개는 전신을 마취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대수술이기 때문에 출산 때는 고통이 없다. 그러나 마취가 깨면 진통제를 맞아야 하는 등 자연분만보다 더 고통이 심하다는 게 의사들의 충고다. 게다가 출혈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자연분만의 두배, 임신부 사망률은 네배에 달한다.

<중앙일보 2002.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