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Q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두 남매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수술 날짜를 정하고 왔습니다. 7살된 아들과 4살된 딸이 똑같이 귀앞에 혹이 3개, 1개 있어요. 

큰애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술을 하고 , 작은 애도 나이가 많아지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결단을 내리게 됐어요. 사실 가기전에는 국소마취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사선생님은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제가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내 몸을 마음대로 들쑤셔놓은 것처럼 기분이 나쁘고, 죽는다는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에 한참동안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혹시 아이들도 그럴까 걱정이 되고,수술날짜를 잡으니까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큰애는 별 무리없이 잘 했어요. 

4살짜리 딸은 혈액을 뽑는 과정에서 핏줄이 안 보여서 오른팔을 실패하고, 왼팔에서 억지로 시도했는데 잘 안나와서 헤집고 피가 나와 부어 오르는 등 좀 힘들게 하고 왔어요. 

병원이 떠나가라 울고 왔거든요. 그러는 걸 보니까 작은 애는 나중에 할 걸 괜히 한다고 했나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편지 드립니다. 

제가 걱정하는 스트레스보다 더 큰 것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받을까봐 걱정이고 조그만 애가 주사바늘에 놀래서 울어대는데 피를 뽑는 선생님들은 달래주는 것보다 윽박지르는 형태로 일을 하셔서 자신들을 힘들게 하는 애구나 하는 식으로 보였거든요.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이고 답답하네요. 
작은 애를 더 큰 다음에 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을 나눠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질문에 답해드리기 전에 마취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간직하도록 해드리지 못한 점을 마취과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아울러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앞으로 수술환자들을 마취할 때마다 지적해주신 점에 대해서 유념하고 또한 교육에도 이 점을 참고하겠습니다.

질문하신 분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전신마취를 하고 난 일부 환자들에서 수술 중에 벌어졌던 일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특히 전신마취로 제왕절개수술을 받고 난 환자에서 이런 현상이 드물게 나타나는데 이와 같은 '수술중 각성(awareness)현상'은 흡입마취제가 자궁근육에 미치는 영향(대부분의 흡입마취제는 자궁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이 있음)과 태아의 호흡과 심혈관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흡입마취제를 낮은 농도로 사용함으로서 마취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을 때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인공임신중절수술과 같이 정맥마취제를 사용하여 전신마취를 한 경우에도 수술 중에 의사와 간호사가 말하는 소리와 기계소리를 들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소아환자들에서 수술후에 일시적으로 착란현상(confusion)이 나타나는 경우는 있으나 나이가 적은 소아환자들에서도 이런 '수술중 각성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죄송스럽습니다만 명쾌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소아정신과를 전공하는 교수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어본 바 그 교수도 이와 같은 경우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취에 관해서 이런 불유쾌한 각성현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어린이들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따님처럼 4살 정도 되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로 따님의 팔에서 혈관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수술환자에서 혈관이 잘 안보이는 것처럼 마취과의사나 간호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도 없으리라고 봅니다.

일단 정맥주사루트(route)가 확보되어야만 안심하고 마취를 시작할 수 있는데 특히 1세 미만의 영유아나 비대한 환자들의 몸에서 혈관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매우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열심히 찾다보면 어디에서인가 루트가 나오게 돼있지요. 

소아환자들은 다행히 병실에서 정맥주사루트를 찾아서 수술실로 내려오더라도 도중에 보채는 바람에 혈관이 터져서 난감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병원환경에 대해서 두려워하여 많이 보채는 소아들은 병실에서 어렵게 정맥주사를 하지 않더라도 수술실 입구에서 케타민(ketamine)이라고 하는 강력한 진통최면제를 근육주사하여 재운 다음에 정맥주사루트를 찾는 방법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만일 귀앞에 있는 혹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수술이 간단하고 수술시간도 짧다면 기도(氣道)내로 삽관하는 전신마취를 피하고 케타민으로 마취를 하고서도 수
술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느 때인가는 수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신다면 마취에 대해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해주시는 것이 점점 커나가는 아이의 정신위생상 더 좋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