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소사

한국전쟁 전후의 의학 교육


일제에 의해 강제로 아사히의학전문학교로 개칭되었던 세브란스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로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동시에 6년제로 개편되면서 1946년 처음으로 예과 학생을 모집하였고, 1947년 세브란스의과대학으로 승격되었다.

일제가 만든 관립 의학 교육 기관은 모두 폐지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 주체가 된 새로운 의학 교육 기관이 서울, 대구, 광주에 세워졌다. 

우선 서울의 경우,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와 경성의학전문학교가 폐지되고, 1946년 8월 국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설립되었다. 

대구의학전문학교는 1945년 9월 대구의과대학으로, 광주의학전문학교는 1946년 9월 광주의과대학으로 재탄생하였다.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는 1948년 5월 서울여자의과대학으로 승격되었다. 이와 함께 이화여자전문학교가 이화여자대학교로 승격됨에 따라 의과대학이 설립되었는데, 1945년 10월 행림원을 두고 그 안에 의학부와 약학부를 두었다.

이와 같이 해방 후 남한에는 6개의 의과대학이 있었다. 곧 이어 닥친 1950년 6월 25일의 한국전쟁은 큰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전쟁을 통해 선진 의술, 특히 새로운 뇌신경외과 분야가 도입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의 스칸디나비아 삼국은 전쟁이 끝나면서 국가 중앙 병원인 국립의료원의 설립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와 병원 건물이 심하게 파괴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대구, 광주에는 전시연합대학이 운영되어 의학 교육이 계속 이루어졌다. 

또 전쟁의 와중에서 참전한 학생들 중에는 졸업이 몇 년 늦어진 경우도 있었고 전시연합대학에서 배우다 서울로 환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교를 졸업한 경우도 있었다.

이와 함께 북한 체제에서 의학대학을 졸업하여 피난 온 의사들은 그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을 받았고 의사 국가 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다.

전쟁 중이던 1952년 4월 대구와 광주에 경북대학교와 전남대학교가 만들어지면서 대구의과대학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으로, 광주의과대학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으로 발전하였다. 세브란스의과대학은 연희대학교와 합쳐 1957년 1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화여자대학교 행림원은 1951년 3월 학제가 변경되어 의약대학으로 개편되었고 의학과, 간호학과, 약학과를 두었다가, 12월 교육령 시행에 따라 의약대학에 의학예과와 본과를 두었다. 1954년 4월에는 의약대학이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으로 분리되었다.

한편, 서울여자의과대학은 1957년 남녀공학으로 개편되면서 수도의과대학으로 개칭되었다. 이후 우석대학교가 개교하면서 1967년 3월 우석대학교 의과대학이 되었다가, 소유권이 바뀌면서 197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글 : 박형우, 박윤재/연세대 교수 www.per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