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소사

포르스만과 심도관법 (Cardiac catheterization)


   독일의 젊은 외과의사였던 포르스만(Werner Forssmann;1904-1979)은 마취도중이나 심장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쇼크 또는 약물 중독으로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응급상황시에 심장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매우 흥미를 갖 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심장을 천자하여 약물을 주입할 경우에 관상동맥의 손상과 이로 인한 출혈로 심장탐폰(tamponade)이 발생할 위험성을 감안하여 주로 마지막 수단으로 심장천자 (cardiac puncture)에 의해서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이에 착안한 그는 카테터를 정맥을 통해서 우심방까지 직접 삽입한 후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는 사체를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팔의 정맥을 통해서 카테터를 우심방으로 비교적 쉽게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실험결과에 대한 그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포르스만의 상급자들은 그가 제안한 방법을 참으로 위험하고 무모한 시도라고 일축하였다. 

   그러나 포르스만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하여 실험하겠다는 제의도 단호히 거절당하자 마침내 어느날 동료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주전정맥 (antecubital vein)에 큰 주사바늘을 찌르고 그 바늘을 통해서 가느다란 요관카테터를 통과시킨 다음 카테터를 심장쪽으로 약 35 ㎝ 가량 밀어넣었으나 그의 동료의사가 실험을 더 계속하면 위험하다며 카테터 삽입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래서 포르스만은 며칠 후에 혼자서 자신의 좌측 팔의 전주와 (antecubital fossa) 부위를 국소마취한 후에 정맥을 절개하고 카테터를 30 ㎝ 가량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형광투시하에 카테터의 끝을 우심방까지 삽입한 뒤에 다른 층에 있는 방사선과로 걸어가서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선 사진을 어렵게 촬영하였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찍은 방사선 사진은 카테터의 끝이 우심방에 자리잡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주었으며 그후 포르스만은 화농성 복막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여자환자에게 카테터를 삽입하고 포도당과 아드레날린 등을 함유한 용액을 우심방에 직접 투여하여 회생시키는데에 성공하였다.